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13년도 예산안 증액심사를 하면서 한 차례도 공식 회의를 열지 않아 속기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할 국회의 ‘밀실 회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일 국회 사무처가 작성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증액·감액 심사일자’에 따르면 4조3700억 원 증액을 결정한 증액심사는 단 한 차례도 공식 회의가 없어서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았다. 감액심사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4일까지 6차례 계수소위가 열려 속기록이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예결특위가 감액심사를 마친 뒤 증액심사에 돌입하면서 계수조정소위를 ‘개점휴업’시키고 ‘밀실 심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다른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부터 증액심사권을 위임받았다. 이후 국회가 아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여의도 렉싱턴호텔을 오가며 막판 ‘밀실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다.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속기록은 빼먹었지만 ‘외유성’ 출장은 챙겼다. 예결특위 9명은 2개 조로 나눠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 명목으로 해외로 나갔다. 새누리당 장윤석(위원장), 김학용(간사), 민주당 최재성(간사), 계수소위 위원인 김재경 권성동 김성태(이상 새누리당), 홍영표 안규백 민홍철 의원(이상 민주당) 등이 그들이다. 장 위원장과 김재경 권성동 안규백 민홍철 의원은 10박 11일 일정으로 1일 오전 출국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멕시코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중남미 3개국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김학용 최재성 김성태 홍영표 의원은 2일 오후 아프리카로 출발했다. 케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보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하는 일정이다. 해외시찰 경비는 전액 국회 예결특위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당 7000여만 원씩 1억5000만 원이 의원 9명의 항공료와 체류비 등 여행 경비로 쓰인다.
이 밖에 보건복지위, 교육과학기술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농림수산식품위,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의원들도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시찰’ 또는 ‘연구’ 명목으로 해외로 떠났거나 곧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인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은 예산안 처리(1일 새벽) 사흘 전 ‘의료관광산업 시찰’ 명목으로 인도와 싱가포르로 떠났다.
한편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공식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했다. 장윤석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외유성으로만 몰아붙이니 난감하다”면서도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귀국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시찰을 준비해온 다른 예결특위 위원들도 출장 일정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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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길진균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