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했다. 권익위는 공직사회 내 부패 조사 및 국민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특히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에 대한 부패 정보가 몰리는 곳이어서 '사정기관들의 사정기관'으로 불려왔다. 여권 핵심 실세가 위원장에 내정됨으로써 공직사회를 겨냥한 대대적인 부패 청산 및 쇄신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권익위의 기능을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강화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중도실용의 메시지를 전할 역량을 겸비한 만큼 청와대가 권유했고 이 전 최고위원이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권익위원장 자리는 지난 8월 말 양건 전 위원장이 중도사퇴한 뒤 공석 상태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인 자가 위원장을 맡도록 한 현행법에 따라 내정 전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로써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07년 11월 당 내분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1년10개월 만에 현직에 복귀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 같은 해 5월 도미했다가 지난 3월 귀국했다.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10월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에 대비해 출마준비를 해왔으나 은평을이 선거에서 제외돼 정치권 조기 복귀가 무산됐었다. 이 전 최고위원을 권익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여권의 대주주인 그를 계속 '야인'으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여권 주류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은성 인사라는 외부의 비판 및 친박계의 견제를 의식, 내각이 아닌 정부의 외곽 조직 장관급 위원장직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돼 여권내 역학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친이계 리더인 그가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위원장직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게 됨으로써 여권내 친이계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 전 최고위원이 각각 내각과 당, 청와대, 정부 외곽에서 4각 공조체제를 이뤄 국정 장악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여당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이 전 최고위원이 방패막이 역할도 할 것으로 보여 이명박 정부 2기 내각 체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출항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권익위원장 자리를 넘어설 경우에는 친박계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그의 내정 사실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의 국정이 친이계 중심으로 운영될까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토착비리 근절과 부패방지를 유난히 강조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를 겨냥한 사정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권익위가 과거 청렴위, 고충처리위 및 행정심판위를 흡수한 종합민원실 성격의 조직인 만큼 서민들을 위한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현 정부의 친서민, 실용주의 행보에 힘을 보탤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 위원장 약력 △경북 영양(64) △중앙대 △민중당 사무총장 △15, 16, 17대 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