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원장은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오후 1시 10분께 인권위에 도착했다. 인권위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가)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회원들은 현 위원장을 가로막고 "날치기로 임명된 현 교수는 인권위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진사퇴 하라"고 촉구했다.
현병철 신임 인권위원장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국각인권위원회 건물로 출근하려 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10여분간 위원장실로 들어가지 못한 채 대치하던 현 위원장은 공동행동 회원들을 피해 뒤쪽 비상계단을 통해 12층 사무총장실로 들어갔다.
공동행동 회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김칠준 인권위 사무총장은 "이후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 부탁드린다"며 "취임사에서 위원장의 기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인권위 10층 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은 별다른 행사 없이 국민의례와 위원장이 15분 가량 취임사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현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인권위는 입법, 행정, 사법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외부의 어떠한 압력과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인권향상에만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 조직을 축소 과정에서 입은 직원들의 상처와 고통을 씻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면서 "직원들도 부단한 혁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이 취임사를 읽는 동안 공동행동 회원들은 "내정 하루 만에 임명되는 날치기 임명"이라며 "인권 경험이 전무한 인권위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한 "인권위 앞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를 해결하지 않고 취임식에 올라온 현 교수는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현 위원장의 취임사가 끝나자 공동행동 회원들은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해야한다"며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현 위원장은 공개질의서를 말없이 받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인권위 직원들도 함께 항의해야하지 않는냐"는 공동행동 회원들의 항의에 몇몇 인권위 직원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취임사를 읽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 회원이 '도둑취임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있다.ⓒ 민중의소리
앞서, 이날 낮 12시 15분께 인권위 건물 정문 앞에서는 휠체어를 탄 공동행동 장애인 회원들의 출입을 경찰이 가로막아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동행동 회원들은 "비장애인은 들어갈 수 있는데 장애인은 왜 못들어가냐"고 항의하며 "남대문 경찰서를 인권위에 진정하겠다"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경사로와 계단을 포함해 건물 입구를 모두 막아버렸다.
이상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에 대해 "현 교수가 인권위장을 할 거면 인권위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와서 막아야하지 않겠냐"며 비난했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인권위의 요청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17일 공동행동 회원들이 10층을 점거했던 과거 경력이 있고 종합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막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칠준 사무총장이 직접 장애인들의 이동통로인 경사로를 열어달라는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봉쇄를 풀지 않았다. 경비과장은 "인권위장의 요청이 아닌 직원의 요청을 인권위 공식 요청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현 위원장의 취임식에 대해 공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르' 활동가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취임식이었다"며 "폭력 속에서 취임한 인권위원장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들이 인권위원회 건물 입구 경사로를 들어가려는 장애인을 막고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