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자전거 보관대에 녹이 슬거나 부서진 ‘폐자전거’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자전거 바구니에는 과자봉지·종이컵·비닐봉지 같은 쓰레기가 담겨 있고, 체인은 빠져 있었다. 바퀴에 바람이 없거나 안장이 뜯어져 솜이 튀어나온 자전거도 여럿 있었다. 자전거 이용자 남모씨(34)는 “보관대에 있는 자전거 20여대 가운데 4~5대가 버려진 것”이라며 “핸들이 뽑히거나 바퀴가 없는 흉물 자전거도 있다”고 말했다.
‘녹색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는 만큼 버려지는 자전거(방치 자전거)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방치 자전거는 수리를 거치면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뚜렷한 규정이 없어 고철로 버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장소에서 수거한 방치 자전거는 5561대에 이른다. 2006년 1606대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대구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방치 자전거 수거 건수가 지난해 1000여대에서 올해에는 4월 현재 1300여대로 크게 늘었다”며 “자전거 활성화 붐에 따라 방치 자전거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방치 자전거 수거는 지하철 역사와 공원 등 공공 장소의 자전거 보관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아파트 등 주택까지 합치면 전체 방치 자전거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를 수거·수리해 복지단체에 기증하는 민간단체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의 방치 자전거 수는 1000가구 당 86.7대에 이른다. 이 단체가 2007년 서울·수도권 43개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방치 자전거는 2216대였다. 해당 아파트의 전체 자전거 대수가 1만6400여대임을 감안하면 13%가량이 버려지는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내 자전거 보유대수를 80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고철로 처분된다. 방치 자전거는 각 구청이 10일 이상 수거 안내문을 붙인 뒤 수거해 1개월 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매각 처분한다. ㎏ 단위로 고물상에 팔린 뒤 고철로 활용되는 것이다. 서울시 자전거교통추진반 관계자는 “수리만 하면 다시 쓸 수 있는 자전거도 많다”면서 “현행법상 방치 자전거는 일괄 매각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 사무국장은 “방치 자전거는 수리하거나 부품을 재조립하면 3대당 1대 꼴로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자전거 생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방치 자전거 재사용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경향신문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