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명함에 성경 구절을 넣고 민원인들에게 돌린 서울시 공무원 ㄱ씨. ㄱ씨의 명함 상단에는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서로 사랑하라”를, 하단에는 십자가 표시와 함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 얻으리로다.(행16:31)”는 성경 문구가 새겨져 있다. ㄱ씨는 “무슨 의도를 가지고 명함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개인의 신앙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위 아니냐는 질문에 “공직자로서의 종교 중립 의무 규정에 비춰 부적절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자신의 명함을 40∼50장 정도 사용한 뒤 논란이 커지자 남은 전량을 폐기처분했다.
일선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종교 편향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하에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공무원의 종교중립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일선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공무원의 직무상 종교차별 행위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개소 이후 4월 30일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62건. 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종교 편향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ㄱ씨의 경우처럼 공무원 개인과 관련된 신고 내용도 눈에 띈다. ㄱ씨의 경우와 관련해,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조례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 종교 편향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시 관계자는 “(종교 편향 여부에 대해) 종교편향신고센터 자문위 결과 등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사후 조치에 대한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이러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오는 6월경 자문위원회를 열어 ㄱ씨 사례 등 접수된 신고내용에 대해 종교 편향 여부를 결정, 해당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종교 편향 사례로 지적된 건수는 3건에 불과하지만 신고센터 개소 반 년도 안돼 60여건의 고발이 접수됐고, 대상 또한 특정 종교에 치우치고 있어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이중 기독교 고발 건수가 과반수를 넘고, 학교 수업시간 내용을 고발한 건수도 상당수 차지했다. 신고센터는 접수된 내용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열어 종교 편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이 이른바 ‘하남시의 복음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 시장은 지난 2월 15일 하남시 모 교회에서 열린 ‘이단대책 선포식 대회 및 세미나’에 참석해 “하남시에 여호와의 영광이 차고 넘쳐서 하남시로부터 전국에 여호와의 복음화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아마도 오늘이 그 복음화가 시작되는 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종교차별신고센터는 “기관장 신분으로 동 신고내용과 유사한 특정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축사를 할 경우 종교차별에 해당될 수 있음”이라고 김 시장에 공식 통보하고 ‘주의’ 결정을 내렸다.
또 공립중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순번으로 기도를 강요한 교사, 조회·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기도를 강요한 교사, 학생에게 기도와 찬송가를 듣기를 강요한 초등학교 교사 등이 명백한 종교 편향 행위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의 종교중립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어떠한 행위들이 종교편향 행위에 포함되는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집 발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배병태 사무국장은 “정부는 문광부에서 발간한 ‘종교편향 방지 편람’이나, 행정안전부 주관의 교육 등을 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실해 실효성이 없다”면서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밝은세상 NEWS 이경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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