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민족단체 남북공동행사 방북 불허
호소문 중 '친일세력', '사대매국세력' 등 "현 정부 거론한 거 아니냐" 이유
통일부가 17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족단체 남북공동행사에서 발표예정이었던 남북공동호소문 내용 중 일부 문구를 문제 삼아 16일 방북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00여 개의 민족단체들로 구성된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단통협) 회원 85명은 17일 개성에서 북측 '단군민족통일협의회'와 공동으로 '을사늑약 103주년 규탄 민족자주역사대회'를 개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번 행사와 관련, 단통협은 북측 대표단과 행사장소와 일정, 공동호소문의 내용을 놓고 실무협의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통일부 당국자와 만나 공동행사의 취지, 사전 조율된 내용을 전하고 통일부가 요구한 방북계획서, 실무협의 결과보고서, 방북자 명단 및 행사일정, 북측의 전문 등 일체의 문건을 전달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16일 오후 3시 20분경, 이번 행사에 대해 "국가안전보장, 공공질서, 공공복리 저해 우려와 관련하여 이를 불허한다"고 최종 입장을 통보했다.
▲ 통일부가 16일 단통협에 보낸 방북불허 통보서. [사진제공-단통협] |
윤승길 단통협 사무총장은 "통일부 관계자가 공동호소문 내용 중 '친일세력', '사대매국세력', 사대보수세력' 등 적시된 일부 문구를 지적하면서 '현 정부를 거론한 것이 아니냐. 이는 정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며 "통일부가 보내온 공문에는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문구로 인해 방북을 불허한다고 관계자가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부의 지적에 대해 "현 정부를 거론한 것이 아니고, 친일파 세력은 명백히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민족자주역사대회의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통일부는 최종적으로 방북 불허 통보를 해 왔다"며 "3년째 지속돼오던 행사를 일부 공동호소문의 문구에 의해 불허한다는 것은 현 정부가 스스로 친일사대세력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통협은 통일부가 이전에도 남북 공동호소문 내용 중 '집권보수세력'이라는 문구를 수정하라는 방침으로 인해 북측과 실무협의를 통해 '보수세력'이라고 바꾼바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최종) 공동호소문의 수정을 요구하며, '후과'를 운운하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도 했다.
▲ 통일부는 남북이 공동으로 합의한 호소문 내용 중 '친일세력', '사대보수세력', '사대매국세력' 등의 부분을 지적하며 방북을 불허했다. [사진제공-단통협] |
단통협은 통일부의 방북 불허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정부당국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은 고사하고 오직 민간단체 스스로의 시간과 비용, 의지와 뜻만으로 힘겨운 공동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해온 민간단체의 순수한 뜻을 정부당국이 앞장서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북측 대표단에 통일부의 방북 불허 통보로 인해 이날 열릴 예정인 공동행사에 불참한다는 사실을 팩스로 전했고, 북측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16일 행사 장소인 개성에 집결, 남측 대표단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협은 "방북 불허에 따른 책임은 모두 현 정부와 통일부에 있으며, 이에 대한 행정소송 등의 법적 절차 및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20여 명의 단통협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도렴동 통일부 앞에서 통일부의 방북 불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어 곧바로 경기 파주 임진각으로 이동해 남측 단통협 주최로 '을사늑약 103주년 규탄 민족자주역사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링크- 한민족 운동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