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머슴론’을 제기해 무사안일과 ‘철밥통’으로 비유되는 공직사회에 강한 경고를 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획재정부의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공직자는 서번트(Servant)다. 쉽게 말하면 국민을 위한 머슴”이라며 “말은 머슴이라고 하지만,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인인 국민보다 앞서 일어나는 게 머슴의 할 일이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내가 기업에 있을 때 국제 여건이 어렵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회사 간부들은 잠을 못 잤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일자리가 없고 서민이 힘들어 할 때 공직자들이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은 잘못되면 부도가 난다. 직원들에게 봉급을 못 준다”며 “국민들이 힘들어도 여러분에게는 봉급이 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1조원 사업에 2조원, 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없다. 이런 정신으로 세계가 경쟁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신분이 보장돼 있어 위기 때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인데, 이제는 부도 나면 어쩌나, 회사 파산하면 어쩌나, 종업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 정권이 출발한 시점에서 공직자로서 새로운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가장 위험한 건 관습과 경험에 의존해 내일을 살아가는 것으로, 발전이 없다. 정말 국민이 아파하는 것을 체감해야 살아 있는 정책을 만든다”고 당부했다.
이어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여행수지 적자 개선책과 관련해 얼마 전 지방 공항에서 해외 골프 관광객들의 짐이 많아 비행기가 제때 이륙하지 못한 일을 소개하면서 “지금 서민들은 50원, 100원에도 민감한데 이런 일이 있다니 해외 토픽감이다. 이제 관광산업도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지방의 작은 현에서조차 공무원을 보내 관광객을 유치한다. 그들 중 반 이상은 한국말도 유창하게 구사한다”며 “우리는 그동안 뭘 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세계화, 개방화된 사회에 걸맞게 실질적 효과가 있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법 핑계대지 않고 공직자들의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 지방 고속도로 요금소를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사무실에 직원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더라. 차라리 무료로 통과시켜주면 사무실 유지비나 직원 급여는 절약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집행 과정에서 낭비되는 곳이 많다”고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오전 7시20분쯤 기획재정부 청사를 찾은 이 대통령은 직접 커피를 따라 마시고,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했다. 모두발언은 당초 예정된 2분에서 15분으로 늘었고, 업무보고도 1시간 이상을 넘겨 10시15분에 끝났다.
허범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