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규제와 한EU FTA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정희 의원실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훈 본부장의 끝없는 거짓말 행진:한EU FTA와 상생법'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통상분야전문가인 최승환 경희대 교수와 심영규 동아대 교수, 그리고 황희석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정형주 민주노동당 119민생희망운동본부장이 맡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경기가 어려워서 생계 유지도 힘든 중소상인들, 골목 골목의 작은 수퍼 주인 분들이 지금 살려달라고 눈물짓고 호소한다"면서 "유통법, 상생법이 계류되고 난 후 벌써 6개월째다. 이미 200개에 달하는 SSM매장이 밀고 들어와 중소상인들은 너무나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유통법과 상생법을 빠르게 동시 처리해 이분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어 "김종훈 본부장은 상생법이 통과하면 WTO 규정에 위배된다, 한EU FTA 발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GATS 협정 6조에서 정한 합리성, 공평성, 객관성을 준수하면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필요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서 "정부 관리로서 김종훈 본부장은 국민의 권리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거짓말까지 일삼았다.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중소상인들의 마지막 희망인 상생법, 유통법 동시 처리를 막는 김 본부장은 해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SM 규제, 정부가 스스로 불리한 논리 고수"
발제를 맡은 이해영 교수는 "소매서비스에 관한 한EU FTA상의 합의는 협상의 '상호주의'라는 관점에서 실패한 협상"이라며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건없이 대형유통업체 진출을 허용한 것을 비판했다.
이해영 교수에 따르면, 어떤 통상협정이라도 체약국은 국내적 필요에 따라 서비스산업 중 특정분야는 개방을 안할 수 있고, 또 어떤 분야는 개방하되 조건을 달 수가 있다. 한EU FTA에선 중고자동차, 가스연료에 대한 소매서비스가 바로 조건부(경제적 수요 심사) 개방의 경우다. 따라서 "기존 국내 공급자의 수와 이들에 미치는 영향, 인구밀도, 교통, 환경오염, 지역적 조건 및 그밖의 지역적 특징과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개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2개 업종과 전화 또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주류판매, 안경점, 의약품 등을 제외하고 우리 정부쪽은 아무런 유보나 조건없이 EU 유통업체의 국내 진출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EU의 경우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몰디브 포르투갈 등이 소매서비스와 관련한 유보 조항을 달았고, 이에 이들 EU 회원국은 대형유통업체 진출에 대해 경제적 수요심사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유통업체 진출을 막을 수 없다.
또 이해영 교수는 정부가 이렇듯 협상을 실패로 이끈 데 이어 유통법과 상생법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불리한 논리를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물론 한미 FTA를 비롯, 기타 여러 FTA에서 소매서비스 분야의 개방 폭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ATS(1994)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법적 틀"이라며 "스스로 실패한 협상, 곧 지금의 한EU FTA 협정문에 맞춰 양대 법안(유통법, 상생법)이 이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정부가 통상조약이 체결하면 국내법과 헌법을 무력화시켜버리는 행태들이 몇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이정희 의원의 통상절차법 제정안 등 몇가지 방안이 나와있는데도 정부여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어느 나라 협상대표인지 의심스럽다"
토론자들 역시 정부가 재벌 대기업 위주의 한EU FTA 협상을 벌인 데 이어, SSM 규제와 관련해서도 스스로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비판했다.
최승환 교수는 "WTO나 FTA는 사실 국가적으로 볼 때도,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고 생존 자체를 박탈할 수 잇는 중대한 문제"라며 "미국이든 EU든 자기 나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 관료들은 외국 당사국에서 운만 때면 그대로 국내 정책에 반영하려고 하는데 정말 어느 나라 대표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유통법, 상생법이 합의나 양허에 위배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대외적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단정적으로 손발을 묶어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통상절차법 제정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런 대처 없이 국민을 전쟁에 내모는, 이런 오만한 태도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 기본적으로 투명하게 통상 절차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언제까지 정부가 일을 저지르고 나서 협상 결과를 두고 사후 논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황희석 변호사도 "GATS 전문엔 국가 정책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자기 영토에서 신규 규제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한다고 돼 있다. 각국의 주권과 정책목표를 고려해 회원국의 권리를 전적으로 박탈하지는 못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외교부를 구성하고 있는 인텔리들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생법 조항을 보면 법적 강제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며 "마치 김종훈 본부장이나 다른 관계자들은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과대포장이고 국민을 겁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정치 문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