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사상 9번째로 임명되는 특별검사에 누가 임명될지, 또 검사 10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그친 진상규명위원회의 결론을 과연 뒤집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검사등의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찬성 227명에 반대 15명, 기권 19명으로 가결했다. 당초 법안은 지난 4월말 이강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여야간의 입장 조율로 인해 수사대상 등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여야가 특검후보자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대신 수사대상을 공소시효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주고 받기’를 했다는 곱지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검사뿐만 아니라 법원, 경찰공무원도 잠재적 수사대상=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당초 민주당의 초안과 달리 특검수사대상이 전·현직 검사에서 전·현직 공무원으로 확대됐다. 수사대상을 전·현직 검사로만 한정할 경우 법원·경찰 유관기관에 대한 의혹규명이 곤란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은 경남지역 전 건설업자 정모씨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과 박기준 부산지검장 및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전·현직 공무원의 불법자금과 향응수수 및 직권남용의혹 여부다. 여기에 이달초 MBC PD수첩이 추가로 제기한 의혹들도 포함됐다. 특검법 시행전에 제기된 진정, 고소, 고발사건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소여부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자에 한정할 수 밖에 없어 실제 처벌가능한 대상은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공소시효가 10년인 것을 감안했을 때 2000년도 이전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수사기간과 수사팀 인원도 원안에 비해 줄었다. 수사기간은 45일에서 35일로, 특별검사보는 원안의 5명에서 3명으로 조정됐다. 원안이 특별검사보 5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검사 10명, 파견공무원 50명 등 총 105명까지 임명 또는 파견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역대 특검수사팀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라는 여당의 비판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앞서 1999년 조폐공사파업 특검의 경우 전체수사팀이 25명, 이용호게이트 36명, 대통령 측근비리 45명, BBK특검은 105명이었다.
원안에 포함됐던 ‘참고인동행명령제’도 삭제됐다. 특별검사가 참고인에게 지정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게 하고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동행명령을 거부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참고인동행명령제는 영장주의 또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평등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을 고려한 결과다.
◇ 대법원장, 특검 추천해야… 벌써 세 번째= 논란을 빚었던 특별검사에 대한 추천권은 대법원장에게 돌아갔다. 당초 특검법안의 가장 큰 쟁점은 특별검사후보자 추천권을 누구에게 주느냐였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은 대법원장을, 여당은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줄 것을 각각 주장하며 여야간 합의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쟁점이 됐다. 당초 여야가 법안처리에 합의를 했다고 밝힌 지난달 16일에도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수사권자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한나라당 입장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이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었다. 앞서 이뤄진 8번의 특검을 통털어 봐도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한 것은 사할린유전특검과 BBK특검 단 2번뿐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특별검사추천에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것은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특별검사가 기소한 사건을 판단할 기관의 장이 특검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구조적인 모순에 해당한다”고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장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주도록 한 규정에 대한 학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로스쿨 교수는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제3자적 입장에 있어야 할 사법부가 소추기관의 수사권자를 추천한다는 것은 문제이며 추후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질지도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이상원 서울대로스쿨 교수는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법원장은 추천만 하는 것이고 정작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위헌을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며 “원칙적으로는 변협회장이 적절하겠지만 대법원장에게 추천권이 있다고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특별검사는 늦어도 8월 중순부터는 실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과된 특검법은 15일 이내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후 20일의 준비기간에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총 103명의 특검진용이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