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 싸움에 끼어 10년 넘게 영업해 오던 일터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김포공항주유소 소장과 직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나섰다.
25일 김포공항 내에 위치한 김포공항주유소 앞에서 부정부패추방실천회 등 69개 시민단체 70여 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을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김한수 주유소 소장과 직원 12명은 대한항공이 한진중공업·김포공항주유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김 소장은 고 조중훈 회장 때부터 40여 년간 한진그룹에 몸담으며 2001년 주유소를 임대받아 운영주가 됐다.
주유소 토지소유는 대한항공에, 건물소유는 한진중공업에, 운영권은 김한수 소장에게 있었다. 이들 간의 계약상 대한항공이 계약기간 중 한진중공업에 서면통보를 하면 언제든 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김 소장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형제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지자 대한항공은 주유소 토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한진중공업에 건물 철거를 요구했고, 한진중공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까지 불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둘 간의 소송 중 한진중공업은 주유소를 대한항공에 헐값에 팔아넘겼고 이 과정에서 나(김한수)는 주유소의 손실금과 영업 권리금 등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호소했다.
김 소장은 거래처와의 외상거래 정산문제와 12명의 직원 생계문제 등을 위해 임대차계약 기간인 내년 7월까지만 시간을 달라며 선처를 구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기 때문에 나가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민단체연합의 고진철 대표는 “강자의 힘의 논리에 약자만 생존권을 위협받고 희생된다”며 “이런 억울함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25일 (화) 21:47:50 박수란 기자 union@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