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의 경찰 조직이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올초부터 안마시술소 유착, 뇌물수수 등 잇단 경찰관들의 비리 행태에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 뒷북 수사, 유치장 관리 소홀 등 무능력까지 겹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날로 커져가는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드러내놓고 수뇌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새 수뇌부가 꺼내든 각종 정책들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범 1개월을 갓 넘긴 ‘강희락호 경찰’이 총체적 난국을 맞은 형국이다.
◆ 대놓고 수뇌부 비판 = 17일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 ‘경찰가족사랑방’. 일선 경찰관들 간의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공간이지만, 최근에는 경찰 수뇌부 성토장으로 뒤바뀐 듯하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실명이 노출되지만 일부는 자신의 근무지와 직책,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하며 수뇌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 지역에 근무하는 K 경위는 “하위직과 상층과의 대화 불소통·불능·차단 등으로 하위직 경찰인들이 손익계산 없이 몸 던져 근무했던 경찰 조직이 왜곡되고 있다”며 조직 전반의 무기력증을 비판했다. 그는 “문어발 형태의 조직구조에 중간 간부들의 편향성과 자기(중심적) 판단으로 각종 특진과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승진인사에 엎드려 조아리는 잔치상, 놀이상에 상처 입고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음지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직원들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며 “경찰관 자체 사고에 대한 지휘부의 강도 높은 (척결)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최근 단행된 ‘물갈이성 인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 수뇌부 ‘말빨’도 안 먹혀 = 강희락 경찰청장,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쏟아낸 각종 정책에 대한 반발도 상상 이상이다. ‘파출소 부활’, ‘대팀제 폐지’, ‘물갈이 인사’ 등이 집중 난타당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파출소 부활 조치에 대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한 달간 파출소 현장 체험해 본 뒤 결정하라”며 “인원보강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은 경찰의 희생만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파출소장은 하는 일 없는 경찰 조직의 걸림돌”이라며 “(파출소 부활이) 경찰대 졸업생들을 위해 자리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강력반 부활’ 방침에 대해 서울 강남지역의 한 경위는 “현장 상황을 무시한 채 강력반과 폭력반을 합쳐놓더니 불과 8개월만에 다시 원래대로 만드는 것은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 조직은 과거나 현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일부 극소수 특정인들에 의한 묻지마, 밀어부치기식 정책 결정”이라며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충분한 토론, 사전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