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폭행사건과 동아일보
대낮에 국회 안에서 국회의원이 테러당하는 나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폭행사건을 두고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신문들은 연일 1면에 기사를 처리하며 이슈화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신문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8일자 신문 1면과 3면, 사설을 통해 전 의원의 사진과 함께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분명 국회 안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폭행이 일어났다는 사건 자체는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일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신문들의 보도행태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8일자 1면에 <전여옥 의원 국회안에서 피습>, 3면에 전 의원 병상 인터뷰 <이건 나라도 아니다>, 폭행 당시 상황 재구성 기사 <네가 뭔데, 너 같은 X은 눈을 뽑아버려야돼>, <“입법불만 테러 뿌리 뽑겠다” 매머드 수사본부 차려>, <동의대 사건 재심법안 전여옥 의원>의 기사를 실었다. 여기에다 <대낮에 국회 안에서 국회의원이 테러당하는 나라>라는 사설까지 이날 신문에만 6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1면에 <국회의원이 국회서 집단폭행 당해>, 5면에 <전 의원측 “욕설 퍼붓고 눈 빼버리겠다며 10분간 위협·폭행”>, <가해자 이씨측 “전 의원 멱살만 잡아... 폭행 안했다”>, <‘동의대’ 사건은> 등 4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의 경우 1면에 <전여옥 의원 국회 안에서 폭행당해>, 5면에 <전여옥 폭행은 테러>, 사설 <국회의원 폭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등 3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들 조선과 중앙과 비교해 봐도 동아일보의 경우 건수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모두 압도적이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 많은 관련 기사 어디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부산 민가협 대표 이 모씨의 주장을 다루지 않아 편향적인 행태마저 보였다. 이는 조선일보가 전 의원측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하면서도 가해자 이씨측의 주장인 <“전 의원 멱살만 잡아... 폭행 안했다”>는 기사를 통해 반론권을 제공한 것과도 비교가 됐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 사건에 대해 일부 목격자와 이씨의 주장은 외면한 채 우발적인 폭행이 아닌 계획된 테러로 몰아가는 듯한 보도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테러가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이 울먹이면서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라며 이번 사건을 폭행이 아닌 테러로 단정짓고 있다. 그러나 구속된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전 의원을)밀쳤지만 때리지는 않았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폭행현장에 있었다는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을 보니, 20~60대 여성 대여섯 명이 전 의원에게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눈을 빼버리겠다며 폭행하고 눈에 손가락을 후벼넣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또 아이뉴스24는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한 국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씨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보지 못했고, 전 의원의 멱살만 잡고 흔드는 것을 봤다면서 전 의원측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전 의원측의 주장과 상반된 반론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러한 반론을 단 한줄도 다루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옹호하다 결국 오보를 시인할 수 밖에 없던 신동아의 미네르바 K씨 진위논란 사건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신동아는 지난해 12월호에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의 기고문을 ‘단독’이라며 보도한 뒤 당사자는 물론 수많은 언론으로 부터 제기된 진위 의혹에 대해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후속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보도가 진실인양 포장하다 결국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지못해 오보를 시인했다. .
언론은 자신들과 코드가 맞거나 말거나 또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객관적 사실을 보도해야 할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최소한의 반론권마저 무시하고 일방적 주장만 쫒다보면 자칫오보를 내거나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커진다. 동아일보에 의해 이미 테러범이 된 68살의 노인 이모씨는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 폭행사건인지 아니면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른 테러였는지는 검·경과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날테니 지켜볼 일이다.
<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